
6월, 제주는 보랏빛 수국으로 물든다.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수국은 계절의 감성을 가장 잘 품은 꽃 중 하나.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국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림공원’이 있다.
한림공원은 단순한 수목원이 아니다. 약 50년 전, 황무지였던 땅에 야자수와 아열대 식물을 심으며 시작된 이곳은 이제 제주 대표 정원형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6월이 되면, 이 공원의 중앙 정원은 색색의 수국으로 덮여 마치 꽃의 바다를 연상케 한다. 수국 사이를 걷는다는 말보다, 수국에 잠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정원의 품격, 수국의 계절

한림공원 수국동산은 1,000여 그루의 수국과 산수국이 어우러진 테마정원이다. 일반 화단이 아닌, 테마가 있는 동산 형식으로 꾸며져 있어 단순한 관람을 넘어 걷고, 멈추고, 찍고, 느끼는 모든 순간이 즐겁다.
수국은 그 색감만으로도 특별하다. 보랏빛, 푸른빛, 흰빛이 햇살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며, 마치 수채화처럼 번져 보이는 꽃잎 하나하나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제주 바람에 흔들리는 수국은 ‘정적인 정원’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국의 또 다른 이름 ‘수구화(水毬花, 물방울 꽃)’는 이곳 풍경에 더없이 어울린다. 둥글게 피어난 수국이 물방울처럼 정원을 촘촘히 수놓으며,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 손수 놓은 비단 수처럼 섬세하다.
꽃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이야기의 주인공

한림공원 수국정원은 한 사람의 여행자에게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준다. 야자수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에서 시작해, 수국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여행자가 이 정원의 주인공이 된다.
가족 단위 관광객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연인들은 손을 잡은 채 셔터를 누른다. 삼각대를 펼친 사진가들은 한 장면이라도 더 아름답게 담기 위해 호흡을 고른다. 한림공원의 매력은 ‘꽃이 예쁘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들조차 장면의 일부로 만들어주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사진 명소로는 수국터널 구간이 특히 인기다. 양쪽에서 꽃이 피어 오르며 자연스레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를 걷는 순간마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꽃의 여운을 이어주는 바다

한림공원 수국정원을 나서면, 금방 현실로 돌아오긴 아쉬울 수 있다. 이럴 땐 발걸음을 협재해수욕장이나 금능해변으로 이어보자. 자동차로 단 5분 거리다.
협재해변은 투명도 높은 바다색과 고운 백사장, 완만한 수심으로 제주 서부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해 질 무렵, 붉은 노을이 수국 정원의 색감과 겹치듯 물들어 가는 순간은 한 편의 시 같다.

바다의 너울과 꽃의 감성이 이어지는 시간. 해변에 앉아 사진을 정리하고, 햇살이 가라앉는 풍경을 바라보는 이 짧은 휴식은 여행을 ‘기억’으로 바꾸는 중요한 마침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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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공원 수국정원 여행 팁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
- 입장료: 성인 15,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 9,000원
- 운영시간: 매일 09:00~18:00 (연중무휴)
- 문의: 064-796-0001
- 주차: 대형 무료 주차장 완비
- 공식 홈페이지: www.hallimpark.co.kr
- 추천 방문 시간: 오전 10시 전 or 오후 4시 이후 (햇빛이 부드러운 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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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6월, 꽃 한 송이로 충분하다”

제주에 수많은 수국 명소가 있지만, 자연의 품격과 정원의 완성도를 함께 갖춘 곳은 많지 않다. 한림공원은 그 기준에 있어 단연 독보적이다. 수국이 단순히 ‘예쁜 꽃’에서 벗어나 계절의 감정이 되는 곳.
올해 6월, ‘당신만의 장면’을 남기고 싶다면 제주 한림공원 수국정원이 가장 감성적인 정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아마 오랫동안 당신의 마음속 정원에도 피어 있을 것이다.